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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태주 시, 짧고 유명한 좋은 시, 필사하기 좋은 글 모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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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소개합니다.

 

오후의 시간

인생이 갑자기 한가해져서

구름의 속살도 보이고

바람의 얘기도 들려

내 사랑 내 자랑

어디까지 갔는지

그것까지 보일 것 같아

가다가 가다가

뒤돌아보면서

울먹이기도 하겠네.

바람 부는 날이면

바람 부는 날이면 네가

더 보고 싶었다

바람 속에 너의

향기가 있을 것 같아

바람 속에 너의

목소리가 숨은 것 같아

두리번거리며

두리번거리며

꽃이 피는 아침보다

새가 우는 저녁보다

바람 부는 날이면 언제나

네가 더욱 보고 싶었다.

 

 
 

어쩌면 좋으냐

보고 싶은 것이

사랑인 줄 모르면서

사랑을 했다

목소리 듣고 싶은 것이

사랑인 줄 모르면서

사랑을 했다

그러고서 또다시 오늘

너를 보고 싶어 하고

너의 목소리 듣고 싶어 한다

이런 나를

어쩌면 좋으냐!

별4

다만 내가 외로웠을 때

혼자였을 때

네가 보였을 뿐이다

다만 내가 그리웠을 때

울고 있을 때

별을 떠올렸을 뿐이다

그래서 너는 오랫동안

나의 별이 되었던 것이다.

향기

잘 가라 내 앞에 잠시

예쁘게 앉아 있던 꽃

가서는 잘

살아라

더 예쁘게 살아라

네가 남긴 향기만으로도 나는

가득한 사람이란다.

목소리 듣고 싶은 날

오늘은 내가 우울한 날

조금은 쓸쓸한 날

네 목소리라도

듣고 싶었는데

목소리 들려줘서 고마워

비가 오고 흐린 날이지만

파란 하늘빛 같은 목소리

비 맞고 새로 일어서는

풀잎 같은 목소리

들려줘서 고마워

그래 다시 나도 파하란 하늘빛이

되어 보는 거야

초록의 풀잎으로 다시

일어서 보는 거야.

 

실패한 당신을 위하여

화가 나시나요

오늘하루 실패한 것 같아

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시나요

그럴수도 있지요

때로는 자기자신이 밉고 싫어질 때도 있지요

그렇지만 너무 많이는 그러지 마시길 바라요

자기자신을 미워하더라도

끝까지는 마워하지 마시길 바라요

생각해보면 모두가 다

당신탓만은 아니에요

세상일이란 인간의 일이란

그 무엇하나도 저절로

저 혼자만의 힘으로는

되지 않는다는 걸

당신도 잘 아시잖아요

여러가지 일들이 만나고

엉켜서 그리된 거예요

실패한 날 화가 나더라도 내일까지는 아니에요

밤으로 쳐서 열두 시까지만 그렇게 하시길 바라요

내일은 새로운 날 새로 태어나는 날

내일은 당신도 새로운 사람이고

새로 태어나는 사람이에요

부디 그걸 입지 마시길 바라요

내일 우리 웃는 얼굴로 만나요.

 

코로나 시대

마스크 쓰고

눈과 눈썹과

이마만 남겼으니

다 예쁘다

그냥 예쁘다.

인생1

아버지가 가지 말라는 길로

걸어온 나

내가 가지말라는 길로

가고만 있는 아들

끝내는 하나의 길이

되기도 한다.

 

 

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

너,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

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

조금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

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

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

조그마한 성공도 성공이다

그 만큼에서 그치거나 만족하라는 말이 아니고

작은 성공을 슬퍼하거나

그것을 빌미삼아 스스로를 나무라거나

힘들게 하지는 말다는 말이다

나는 오늘도 많은 일들과 견뎠다

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다

그렇다면 나 자신을 오히려 칭찬해주고

보듬어 껴안아줄 일이다

오늘을 믿고 기대한 것처럼

내일을 또 믿고 기대해라

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

너, 너무도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.

 

능소화 지다

사랑은 잠깐

잠깐이어서 사랑이어요

꽃피는 것도 잠깐

잠깐이어서 꽃이어요

사랑이 떠난 자리

꽃이 진 자리

그대 돌아올 날

기다려도 좋을까요?

다시 꽃 필 날

믿어도 좋을까요?

 

 

 

오직 너는

많은 사람 아니다

많은 사람 가운데

오직 너는 한 사람

우주 가운데서도

빛나는 하나의 별

꽃밭 가운데서도

하나뿐인 너의 꽃

너 자신을 살아라

너 자신을 빛내라

 
 

 

사랑을 보낸다

그래 좋아

거기서 너 좋아라

좋은 바람과 널고

좋은 햇빛과 놀고

나무가 있다면 그 또한

좋은 나무

좋은 나무 그늘 아래

너도 좋은 나무되어

나무처럼 푸르게 싱싱하게

숨 쉬며 살아라

네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

예쁘게 살아라

그게 내 사랑이란다.

민 달팽이

평생 무거운 집 한 채

등에 지고 다니며 허위허위

힘겹게 살았지뇨

그러다가 어느 날

어이없는 딸의 죽음

그 아픔과 슬픔으로

달팽이 등이 터져버렸습니다

'지성에서 영성으로'

민달팽이 집이 없는 민달팽이

아프게 힘들게 맨몸으로 기어서

하늘나라로 갔습니다

영원히 죽지 않는

목숨이 되었습니다.

외딴 집

외로움이 한발 먼저 가

기다리고 있었다

혼자서 심심해

꽃을 피워놓고

맨드라미 분꽃

시든 구절초

햇빛 아래 혼자

웃고 있었다

나도 그 옆으로 가서

꽃 한 송이 피우고

다음에 올 너를

기다려봤음 좋겠다.

 

 

짧은 말

보고 싶다

예쁘다

미안하다

중얼거리는 사이 그만 봄이 지나가버렸다!

그 세 마디

다시 중얼거리려면

적어도 일 년은 잘 버티며

살아 있어야 하겠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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